바다 밑 유리섬유 하나가 전 세계 트래픽의 99%를 나른다는 사실
솔직히 말하면, 우리가 매일 쓰는 메신저·영상통화·스트리밍은 거의 전부 바다 밑 유리섬유를 타고 이동합니다. 대륙 간 데이터 트래픽의 약 99%가 해저케이블을 통과하죠. 위성이니 뭐니 해도, 여전히 주력은 바닥에 깔린 광케이블입니다.
문제는 트래픽이 계속 폭증한다는 거예요. 1980년대 EDFA(에르븀 첨가 광증폭기)가 등장한 이후로 용량은 꾸준히 늘어났지만, 2010년대 코히런트 광전송 기술과 분산 비보상 설계로 10배씩 뛰던 시절은 **섀넌 한계(Shannon Limit)**에 부딪히면서 끝났습니다. 물리 법칙이 벽을 세운 거죠.
그래서 업계가 선택한 우회로가 **공간분할다중화(SDM, Spatial Division Multiplexing)**입니다. 쉽게 말해, 한 가닥 섬유의 성능을 짜내는 대신 섬유 개수 자체를 늘리는 접근이에요. 메타도 이 흐름을 따라 Marea(8페어) → Amitié(16페어) → Anjana(24페어, 0.5Pbps) 순으로 확장해 왔습니다.
이번 Petal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섬유 하나에 코어를 두 개 심는 2코어 광섬유를 24페어에 적용했습니다. 결과적으로 48페어 상당의 용량, 즉 **1Pbps(1페타비트/초)**입니다. 대서양 횡단 거리에서 이 수치는 전례가 없어요.
참고로 1Pbps는 전 세계 인구의 75%가 동시에 음악 스트리밍(160kbps 기준)을 돌려도 버틸 수 있는 대역폭이라고 합니다. 근거자료는 Meta Engineering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2코어 광섬유, 어디까지 왔길래 1Pbps가 가능해졌나
용량을 두 배로 늘리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었습니다.
- 섬유 개수를 48페어까지 늘린다 — 기존 방식의 연장선
- L밴드까지 확장해 C+L 전송을 한다 — PLCN 케이블에서 쓴 방식
- 2코어 광섬유를 도입한다 — Petal이 선택한 길
메타는 3번을 택했습니다. 24페어 시스템에 2코어 섬유를 넣으면 실질적으로 48페어와 동일한 효과를 내면서도, 케이블 두 개(0.5Pbps × 2)를 깔 때보다 자재·자원·탄소발자국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섬유: 단일 코어에서 2코어로
2코어 광섬유를 실용화하려면 두 가지 난관이 있었습니다.
- 저감쇠(low attenuation) 유지: 외경 125μm 규격을 그대로 지키면서 손실을 낮춰야 함
- 코어 간 크로스토크(crosstalk) 최소화: 두 코어가 서로 간섭하지 않아야 광 성능과 용량이 확보됨
전자는 프리폼 제조 시 초고순도 합성 실리카를 사용해 해결했고, 후자는 코어의 높은 굴절률과 주변 매질의 낮은 굴절률을 정밀 제어하고 역방향 전파(counter-propagating) 방식으로 신호를 흘려서 사실상 측정 불가능한 수준까지 억제했습니다.
리피터: 96개 코어를 한 몸체에서 증폭
7,000km 해저케이블에는 보통 약 100개의 리피터가 필요합니다. Petal의 단일 몸체 96앰프 리피터는 FIFO(Fan-In/Fan-Out) 인터페이스로 2코어 섬유를 리피터 내부에서 두 개의 단일 코어로 풀었다가, 증폭 후 다시 2코어로 되돌립니다. 이 설계 덕분에 단일 코어 증폭의 효율과 신뢰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SDM 펌프 공유 아키텍처를 적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 개념적 의사코드: FIFO 기반 2코어 → 단일 코어 증폭 → 2코어 복원
# (실제 리피터 펌웨어가 아닌, 아키텍처 이해용 슈도 코드입니다)
def repeater_stage(dual_core_signal, pump_power):
# 1) FIFO: 2코어 신호를 두 개의 단일 코어로 분해
core_a, core_b = fifo_split(dual_core_signal)
# 2) 단일 코어 증폭 (SDM 펌프 공유)
amp_a = edfa_amplify(core_a, pump_power)
amp_b = edfa_amplify(core_b, pump_power)
# 3) FIFO 역방향: 다시 2코어로 결합
return fifo_merge(amp_a, amp_b)
# 핵심 포인트: 펌프 전력을 코어별로 따로 쓰지 않고 공유
# → 전력 증가 없이 용량 2배 달성
또한 Petal은 기존 전력 공급 장비 한도인 18kV 이내에서 운영되도록 설계됐습니다. 전압을 더 올리면 해저 생태계 전체의 재인증이 필요해지는데, 그 지점을 피한 겁니다. 실무적으로 이건 유지보수·규제 리스크를 크게 줄이는 결정이에요.

파트너십과 기술 스펙 한눈에 보기
Petal은 메타 혼자 만든 게 아닙니다. NEC가 턴키 시스템을, 수미토모전공이 광섬유를, 오렌지가 프랑스 상륙을 담당합니다.
| 항목 | Anjana (2024~) | Petal (2029 예정) |
|---|---|---|
| 용량 | 0.5 Pbps | 1 Pbps |
| 거리 | 대서양 횡단 | 7,000km (프랑스↔미국) |
| 섬유 페어 | 24 페어 (단일 코어) | 24 페어 (2코어, 48페어 상당) |
| 리피터 | 단일 코어 | 단일 몸체 96앰프 + FIFO |
| 전력 공급 | 기존 규격 | 18kV 이내 (재인증 불필요) |
| 섬유 공급 | - | 수미토모전공 '2C Z-PLUS ULL Fiber' |
| 시스템 공급 | - | NEC |
| 상륙 파트너 | - | Orange (프랑스) |
이 기술의 한계와 주의사항
- 2029년 상용화: 아직 3년 이상 남았습니다. 지금 당장 인프라 계획에 넣기엔 이름
- 2코어 생태계 의존성: FIFO·리피터·섬유가 모두 2코어 전용입니다. 한 축이 지연되면 전체가 밀립니다
- 표준화 미완: 멀티코어 섬유는 ITU-T 표준이 아직 정착 단계라, 벤더 간 호환성은 지켜봐야 합니다
- 단일 장애점: 케이블 하나가 1Pbps를 나르는 만큼, 절단 시 파급력도 그만큼 큽니다. 메타가 복수 경로 리던던시를 강조하는 이유죠
국내 개발 생태계에서의 적용 맥락
국내 SI·클라우드 환경에서 이 뉴스가 당장 체감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IDC 간 백본 설계나 해외 리전 연결 비용 산정을 하는 팀이라면, 2029년 이후 대서양 구간 단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주시할 필요가 있어요. SDM·멀티코어 기술이 상용화되면 국내 통신 3사와 KT클라우드 같은 사업자도 장기 로드맵에 반영할 가능성이 큽니다.
관련해서 오픈소스 생태계의 지속가능성 논의도 함께 보면 좋습니다. 오픈소스의 지속 가능성, 메타의 10년 후원에서 배우는 교훈에서 대형 테크 기업의 장기 투자 관점을 다뤘어요.

정리: 이 뉴스에서 개발자가 가져갈 것
- 섀넌 한계 이후의 방향은 '공간'이다 — 코어·페어·밴드를 늘리는 SDM 계열 접근이 앞으로 10년의 주류입니다
- 2코어 광섬유가 실험실을 졸업했다 — NEC·수미토모가 양산 체계를 갖췄다는 게 이번 발표의 진짜 의미입니다
- 전력 효율이 곧 경쟁력 — 18kV 한도 유지, 펌프 공유 아키텍처는 데이터센터 설계 사고방식과 같습니다
다음 단계 학습 방향
- SDM & MCF(Multi-Core Fiber) 논문을 따라가세요. OFC(Optical Fiber Communication Conference) 자료가 1차 소스입니다
- 해저케이블 지도를 보면서 실제 라우팅을 익히면, 왜 프랑스-미국 구간이 중요한지 감이 옵니다
- 관심 있다면 Data Commons MCP, 이제 구글 클라우드에서 호스팅된다 같은 인프라 트렌드 글도 함께 읽어보세요
결국 이 뉴스는 "메타가 케이블 하나 깔았다"가 아니라, 인터넷 물리 계층의 세대 교체가 시작됐다는 신호입니다. 지금 당장 코드에 영향은 없지만, 5년 뒤 클라우드 리전 간 지연시간과 비용 곡선을 바꿀 카드입니다.